오락가락 부동산 대책… 서울 집값만 올렸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백지화… '불장' 여전, 실수요자들 혼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빌라 밀집지역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정부와 여당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집값이 상승하고 시장 내성이 강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이 국민 전체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관련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면서 국민의 피로도와 불안감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당정이 작년 6·17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었던 재건축 단지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를 국회 입법 과정에서 백지화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재건축 투기를 막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을 실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 넣기로 했다가 1년 만에 이를 삭제했다.

 

이 정책은 발표 당시부터 집주인들이 실거주 기간을 채우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는 등 임대차 시장에 일대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서울 강남 등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의 경우 전셋집에서 쫓겨나는 전세 난민이 급증했고, 매물 감소로 전셋값이 오르는 등 전세난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규제를 다시 전면 백지화함에 따라 원래 살던 집을 떠나 이사한 집주인, 전셋집에서 밀려나 다른 집을 구하느라 노심초사한 세입자 모두 손해를 보게 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무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실거주가 아니면 무조건 투기로 간주하던 정책 방향이 현실과 상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강남구 압구정동·개포동, 서초구 반포동 등 강남의 주요 노후 아파트들이 재건축 조합 설립인가를 서두르면서 해당 지역의 집값이 급등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283만원으로, 작년 12월(10억4299만원) 이후 6개월 만에 1억원 가깝게(9984만원) 올랐다. 특히 재건축 이슈가 집중된 강남·서초·송파에선 노후된 아파트값 상승률이 신축 아파트의 2배에 이르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정부의 임대사업자 제도 운용도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거론된다. 정부는 출범 초기인 2017년 말 서민·무주택자의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명목으로 등록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세제, 대출 등에서 여러 특혜를 주면서 민간 임대사업을 권장했다.

 

 하지만 작년 7·10대책에서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매입임대(8년)를 폐지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민주당 주도로 민간 매입임대의 경우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신규 등록을 폐지하기로 했다.

 

당정은 임대사업자에게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준 것이 일종의 조세회피처로 작용했고, 이로 인해 매물잠김 현상이 심화하면서 집값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한 때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 지원 대상이었던 임대사업자들이 부동산 ‘불장’의 원흉으로 지목된 셈이다.

 

그러면서 여당은 기존 임대 다주택자들의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을 등록 말소 후 6개월만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들이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전세 시장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국 당정은 임대사업자 제도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은 정부 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유독 높은 분야”라며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이기 시작하면 향후 내놓을 정책의 ‘약발’이 점점 더 먹히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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