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가 중앙은행 금리 인상…고민 시작된 한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가 지속될 경우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심화할 전망이다. 출처=한국은행

[임정빈 선임기자]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률 3%, 소비자물가상승률 2%를 훌쩍 넘겨도 한국은행이 완화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까.

 

특히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 및 자본유출이 일어나도 한은의 인내는 계속될까.

 

5일 금융권 및 외신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글로벌 경기회복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한은의 스탠스 변화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미 브라질과 러시아, 터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자국 통화 가치 하방 압력을 저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서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로이터가 최근 전했다.

 

이들 국가의 경제 및 금융구조가 다소 취약해 벌어지는 흐름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같은 영향권에서 배제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당장 미국이 올해 높은 성장세가 예상됨에 따라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고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장기 국채수익률도 10년물이 2.0%를 넘어서는 등 이미 급등한 상태이다. 국채 수급을 고려할 때 앞으로 추가 상승이 예고되어 있고, 당연히 시장 금리도 오르는 추세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올 들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물가 지표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가 1.5% 오르며 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작황 부진과 조류 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등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지만, 앞으로 강달러가 지속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해외로부터 들여오는 원자재와 부품 및 상품의 수입가격 자체가 오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수급불안으로 인해 특정 부문별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자동차용 반도체 가격이나 플라스틱 원재료 등은 글로벌 공급사슬의 경색현상으로 이미 급등한 상태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완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한은

이같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가능성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내에서도 유가 상승폭이 커지고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서 1%대로 높아져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그러면서 예상보다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가 밝힌 한은의 스탠스는 인내를 지속하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그 상한선은 인플레 목표로 설정된 소비자물가 상승률 2%선으로 맞춰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만약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훌쩍 넘어서는 단계로 접어든다면 한은으로서도 긴축 카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의 통화정책도 심상치 않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속적으로 완화정책의 유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월가의 투자가들은 인플레에 따른 긴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물가 상승률이 2%를 넘더라도 완화정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지만, 3%를 넘어선다면 상황은 매우 달라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 연준의 채권 매입 축소와 금리 인상이 나올 수도 있으며, 한은이 이를 무시하고 완화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통화당국으로서는 매우 큰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실직자가 너무 많이 늘어났고, 부문별 성장이 불균형하게 이뤄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월 취업자 수는 47만3000명으로 12개월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계속됨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심화하고 있다.

 

시중에 풀려나가는 유동성에 급제동을 걸기에는 코로나19의 후유증은 심대하게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시기를 맞아 우리나라 통화당국이 운용의 묘를 더 살려야 할 때가 되고 있다.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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