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 드는 ‘2·4 대책’… 압구정 아파트 60억 육박

목동·여의도동도 오름세… 정부 규제로 오히려 재건축 기대↑

압구정3구역 현대2차 아파트 6층 전용 196.84㎡는 지난달 11일 역대 최고가인 55억원에 거래됐다.  사진은 압구정동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2·4 대책’이 발표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집값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울시장 선거와 재건축 이슈 등이 맞물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선 아파트 매매가가 60억원에 육박하는 등 ‘규제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압구정동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조합 설립에 속도를 내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현대2차 아파트 6층 전용 196.84㎡는 지난달 11일 역대 최고가인 55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같은 면적의 종전 최고가인 49억3000만원(13층)보다 5억7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같은 구역 현대3차 전용 82.5㎡는 27억원(10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같은 달 9일 동일 면적이 26억원(8층)에 팔린 것과 비교해 이틀 만에 1억원이 뛰었다.

 

부동산업계에선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조합 설립 이후 매수 시 입주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합 설립 인가 직전까지 가격 급등과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압구정3구역은 오는 28일 조합설립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며, 5구역도 이달 내 설립인가 여부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엔 압구정4구역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서울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재건축 아파트들도 가격이 널뛰고 있다. 목동4단지 전용 96.36㎡ 매매가는 지난해 12월 30일 20억원(7층)에 처음 진입한 데 이어, 지난 1월 28일에는 1층임에 불구하고 20억25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여의도동 목화아파트 전용 89.92㎡는 지난달 22일 18억원(6층)에 계약됐다. 지난해 거래가보다 2억원가량 비싼 금액이다.

 

집값 상승세는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준강남’으로 불리는 경기 과천 지역도 아파트 실거래가가 20억을 코앞에 두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8일 과천시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84㎡는 19억4000만원(18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경기도에서 가장 비싼 신고가였다.

 

이처럼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불을 당긴 것은 역설적이게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는 집주인이 2년을 실거주해야 조합원 입주권을 준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앞다퉈 조합 설립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12월 법령 개정 전까지 조합 설립을 신청하는 단지에만 실거주 의무를 면제할 계획이었지만,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예외 규정 적용 기간도 늘어난 상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6·17대책이 그간 지지부진했던 압구정동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의도와 정반대로 ‘규제의 역설’이 나타난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부동산시장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후보들이 표심 몰이를 위해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쏟아내는 것도 재건축 기대 심리를 키우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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