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값 협상 돌입…철강-조선사 간 입장차 ‘팽팽’

포스코 제3후판공장.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오현승 기자]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 여부를 놓고 지난달부터 협상에 돌입했다. 철강회사들은 철광석 가격 인상 등을 근거로 들어 가격을 올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업사들은 후판 가격 인상이 원가 인상으로 이어질 거라며 난감해 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조선사들과 지난달 말부터 조선사들과 올 2~7월까지 납품하는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 철판이다. 철강사와 조선사 간 후판 가격 협상은 과거 분기 단위로 이뤄지다가, 협상이 난항을 겪는 사례가 일상화하면서 반기 단위로 협상을 벌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톤당 3만 원 수준에서 후판 가격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1~9월 후판 유통가는 60만원 중후반대로, 2019년(70만 원대 초반대)에 견줘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엔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칭다오항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2월 톤당 80.38달러까지 급락했다가 지난 5일엔 167.86달러까지 급등했다. 주요 국가들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수요가 급등한 데다, 남미 주요 광산 생산 차질 및 중국의 호주산 원료 의존도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철강 유통가도 상승하는 추세라서 철강사로선 더는 가격 인상을 미루기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 정부가 탄소 저감 등을 이유로 조강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만큼, 철강업계로선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후판 등 철강재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황이 개선세를 보인다는 점도 철강업계의 가격 인상 논리 중 하나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수주 가뭄을 겪다가, 연말 들어 ‘몰아치기 수주’에 성공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선박발주 1924만CGT 가운데 한국 조선사들은 전체의 42.6%인 819만CGT를 수주해 1위를 차지했다. 3년 연속 세계 1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간 조선사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온 만큼 이번엔 가격 정상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이 선박 건조에 따른 원가 부담을 키울 거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선종(船種) 및 선박 크기 등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후판은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선박 수주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2019년에 비하면 수주량이 줄었다”며 “지속해서 선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사 실적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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