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올해도 당신이 원하는 숫자를 만드실 건가요?

최정욱 KB국민은행 중소기업고객부 공인회계사

올해도 어김없이 한해의 사업을 마무리하고 결산을 준비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통상 법인의 경우 1월부터 3월말 사이에 결산을 종결하고, 개인사업자는 다음연도 종합소득세 신고기간까지 결산을 종결한다.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올바르게 결산을 하나 일부 오너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이익을 조정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러한 조정이 과연 합리적인지 살펴보자.

 

이익을 조정하고자 하는 사업주가 가장 손쉽게 떠올리는 방법은 매출액은 그대로 둔 채 장부상 기말재고금액을 조정하는 것이다. 실물 재고와 무관하게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장부상 기말재고금액을 높이거나 이익을 낮추기 위해서 기말재고금액을 낮추는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소매업을 시작한 가게를 떠올려보자. 장사를 시작한 첫번째 연도에 도매상에서 상품 1만원을 사와서 모두 팔았다면, 판매한 상품의 원가는 얼마일까? 당연히 1만원이 된다. 두번째 연도에는 도매상에서 상품 10만원을 사왔는데, 팔고 연말에 남은 상품 재고가 3만원이라면 판매한 상품의 원가는 얼마인가? 도매상에서 상품 10만원을 사와서 팔고 3만원어치 상품이 남았으니 매출원가는 7만원이 된다.

 

만약 여기서 두번째 연도에 이익을 적게 하려면 실물 재고와 무관하게 결산시 재고자산금액을 0원으로 하면, 매출원가가 10만원이 되어 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이익을 높이고 싶다면 실물 재고와 무관하게 재고자산이 5만원이 남았다고 하면 매출원가는 5만원으로 감소하게 되므로 이익은 증가하게 된다. 기업의 매출원가는 기초재고액에 당기매입액을 더하고 기말재고금액을 차감하여 산출하는데, 기말재고금액을 실물과 무관하게 조정하는게 이 방법의 핵심이다.

 

그런데 기말재고를 조정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 당장 조정하고 싶은 연도의 이익은 조정될 수 있다. 그런데 기말재고는 이월되어 다음 연도의 기초재고금액이 된다. 즉, 올해 이익을 늘리기위해서 기말재고를 증가시키면 다음해 기초재고가 늘어나게 되어 올해는 이익이 증가하고, 다음해에는 동일 금액만큼 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올해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언정 결과적으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특히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 재고자산을 줄여서 결산하는 경우 다음연도에는 동일한 금액 만큼 세금을 더 내게 되므로 사실상 효과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실제 중소기업에 가보면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 매년 매입하는 재고를 모두다 판매한 것으로 보아 재고자산을 0원에 가깝게 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실물재고자산과 장부상 재고자산의 괴리가 점차 커지게 되는데 나중에 넘쳐나는 실물 재고를 처리하는 문제로 골치 아픈 경우를 겪게 된다. 왜냐하면 실물 재고가 판매될 때 대응되는 원가는 미리 잡아서 향후 세금이 증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2020년은 예년과 달리 COVID-19로 인하여 매출이 감소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혹여 매출 감소로 인하여 기존에 빌린 차입금 상환이나 금리 인상이 염려되는 경우에 이익 조정의 유혹에 흔들릴 수 있다. 2020년의 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재고를 조정하는 순간 2021년도에는 조정액만큼 이익이 감소한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님이 자명하다. 왜냐하면 COVID-19의 영향력이 2021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매출이 단기적으로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정욱 KB국민은행 중소기업고객부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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