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야구 둘다 잘하면 좋을텐데… 두산·한화 엇갈린 행보

한화 보유 니콜라 가치 16배 ‘잭팟’… 한화이글스 18연패 늪
두산 유동성 위기, 임원 급여 삭감… 두산베어스 선두권 위협

한화와 두산은 모 그룹의 경영과 프로야구단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려 눈길을 끈다. 사진은 지난 17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침울한 분위기에 빠진 한화 이글스 벤치 모습.  연합뉴스

[박정환 기자]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모(母) 기업과 구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모 기업의 재무 구조가 튼튼하고 지원 예산이 많은 구단일수록 양질의 선수단과 코치진을 꾸려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쉽다.

 

이런 구조 탓에 기업의 경영실적이 구단 성적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한 스포츠계 관계자는 “구단 중심으로 팀이 운영되는 한국과 일본에선 모기업의 운영 방침, 경영 성과 등이 알게 모르게 팀 분위기에 반영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기업의 경영 실적과 구단 성적이 항상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실적은 고공행진 중인데 구단 성적은 하위권을 맴도는 등 엇박자를 내는 경우도 적잖다.

 

올해 국내 프로야구에선 한화와 두산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수소사업, 우주인터넷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소위 ‘잭팟’을 터뜨렸다. 그룹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2018년 11월 투자한 미국의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주가가 최근 33.75달러에서 73.27달러로 두 배 올랐다. 니콜라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이 트위터에 이달 말부터 ‘뱃저’ 예약을 받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뱃저는 ‘오소리’라는 뜻으로 수소연료 전지와 전기배터리를 모두 사용하는 픽업트럭이다. 덩달아 한화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1200억원에서 1조9530억원으로 16배나 뛰었다.

 

한화는 향후 ‘수소트럭계의 테슬라’로 불리는 니콜라와 함께 수소충전소 운영, 태양광발전 전력 및 모듈 공급, 수소트럭용 수소탱크 공급 등에서 협력하며 미국 수소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다른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은 영국 위성통신 벤처기업인 페이저솔루션을 인수하면서 저궤도 인공위성 통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저궤도 인공위성 통신은 인공위성을 통해 5G 수준의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우주 인터넷’ 실현을 위한 핵심기술로 꼽힌다.

 

반면 그룹 야구단인 한화이글스는 이번 시즌 지난 22일 현재 10승 32패의 최하위 성적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엔 18연패로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프로야구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세웠다. 최근 5년간 성적도 2015년 6위, 2016년 7위, 2017년 8위, 2019년 9위 등으로 2018년(3위)을 제외하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김승연 그룹 회장의 남다른 야구 사랑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서울 중구 두산타워 사진 연합뉴스

두산그룹과 두산베어스의 상황은 정반대다. 모기업인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에서 시작된 유동성 문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탈원전과 수주 감소,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악재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영 위기 상황에 놓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두 차례 명예퇴직과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또 두산그룹 전체 계열사 임원들은 4월부터 급여 30%를, 두산중공업 임원들은 최고 50%를 반납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1조2000억원을 긴급 수혈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자구책으로 제시한 두산인프라코어·두산솔루스·두산타워 등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반면 두산베어스는 모기업 경영위기에 따른 매각설에도 불구하고 선두권을 위협할 만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최근 5년간 성적도 우승 3회(2015·2016·2019년), 준우승 2회(2017·2018년)를 거두며 ‘야구 명가’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두산베어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오너 일가의 지원이었다. 1982년 전신인 OB베어스 창단 당시 구단주였던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과 현재 박정원 회장 모두 야구단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일까. 끊이질 않는 두산베어스 매각설에 그룹은 “매각 대상이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산베어스는 그룹 내부는 물론 고객들에게도 상징 같은 존재라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은 두산베어스의 가치를 1900억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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