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주지 않는다"…실적부진 CEO 가차없다

장수CEO LGD 한상범 부회장·이마트 이갑수 사장 사실상 경질
롯데, 좌불안석…삼성 · SK 안정적 기조 유지 속 세대교체 바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재계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성과가 미진한 경영진은 연말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즉각적인 문책이 이뤄진다. 한발 앞선 인사로 미래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LG디스플레이를 7년 넘게 이끌었던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LG그룹 내에서 임기 중 CEO 교체는 2010년 남용 LG전자 부회장 이후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1320억원)와 2분기(-3680억원), 3분기(-4367억원)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후임으로 임명된 정호영 사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주요 그룹들은 인사를 앞당겨 문책과 세대교체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갑수 이마트 사장과 부사장보 등 임원 11명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대표는 2014년부터 6년간 이마트를 이끌어온 정통 유통 전문가지만,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쇼핑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대형마트가 침체되면서 정용진 부회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299억원)를 냈다.

 

대형마트 부진과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겹친 롯데그룹의 유통 부문도 좌불안석이다. 롯데마트와 하이마트 등의 3분기 실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해당 CEO들의 입지가 불안해졌다.

 

롯데는 작년 인사에서 4명의 BU장(식품·유통·화학·호텔&서비스) 중 화학과 식품 BU장 2명을 교체했다. 올해는 유통과 호텔&서비스 BU장 중 1∼2명이 바뀔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그룹은 9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 등 7개 계열사의 신임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했다.

 

한화는 "전문성과 성과가 검증된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선임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경영 내실화를 통해 미래 지속경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자연스레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옥경석 한화 대표만 60세를 넘을 뿐 6개 계열사 대표는 모두 1960년대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처럼 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그룹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시작되면서 대규모 인사 이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는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사장단과 임원을 대상으로 인사평가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정기 인사는 작년과 비슷한 12월초에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내년 만 60세를 넘기는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홍원표 삼성SDS 대표 등이 '60세 퇴진룰'에 적용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LG그룹은 11월말께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처럼 구광모 회장의 실용주의 인사 색채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구 회장은 작년 외부 인사를 LG화학 수장에 앉히는 등 혁신적인 인사 스타일을 드러낸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7월 글로벌 판매·생산 담당 임원들을 교체한 바 있어 올 연말 인사 폭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작녀말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정기 인사를 수시 인사로 전환한 바 있다.

 

SK그룹도 오는 12월 임원 인사가 예정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안정적 인사를 추구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인사 규모는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올해 실적이 전년 대비 90% 가까이 추락하면서 작년과 같은 승진잔치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경영진에 대한 인사는 신상필벌 원칙 외에도 혁신에 대한 의지 등도 반영되고 있다"면서 "비전이 없는 경영진에겐 바로 책임을 묻는 등 그룹의 인사 시계가 어느때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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