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험업에는 90년생이 오지 않는다

오명진 두리 대표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90년대생이 온다."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이 한 말이다. 밀레니얼세대 중에서도 이제 곧 사회 진출을 시작하는 20대 중후반의 젊은층을 상징하는 한 문장이기도 하다.

 

이들은 '꼰대'를 싫어하며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정보의 비대칭이 아닌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자신이 선별한 정보를 습득하고 빠르게 학습해 나간다. 디지털의 축복을 한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베이비붐세대와 엑스세대로 불리던 기성세대에 비해 여느 때보다 취업의 문이 좁아졌으며 경제적으로 미래가 밝지만은 않은 세대이기도 하다.

 

금융상품의 구매, 그 중에서도 보험은 90년대생이 필요성을 느끼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품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보험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비교적 젋고 건강한 시기에는 보험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지금의 90년대생의 보험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선 혐오는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형태이다.

 

그들은 '욜로'와 '소확행' 등으로 상징되는 삶을 추구하며, 현재의 나의 행복을 찾기에도 벅차며 미래에 발생할지 혹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를 신체상의 손해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다. 그런 그들에게 보험산업은 결국 또 구매를 강요한다. 보험사는 신규 보험료 수입의 증가만이 성장이며, 설계사는 신계약 체결만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러한 보험판에서 이전 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동일하게 90년대생을 끌어오려 하나, 그들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해답을 어느 누구도 찾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방법론의 한가지로 미니보험이 등장한 것도 90년대생을 보험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3000원짜리 미니 암보험 무료가입!' 하지만 정작 중증의 질병인 암에 걸렸을 때, 해당 가입자가 보험 덕분에 경제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었다며 고마워하는 순간이 올까? 부담되는 보험료를 낮추기 위한 미니보험 혹은 무료보험의 등장이 후킹(Hooking)의 요소로서 각광받을 수는 있으나, 그러한 마케팅 이면에 고객정보의 획득을 통한 업셀링의 방식이 드러나는 순간 그들은 다시금 보험에 대한 불신의 벽을 두텁게 쌓아갈 뿐이다.

 

생명보험사 저축 콘셉트의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90년대생을 많이 목격한다. 보험은 사고 없으면 돌려받지 못한다는 그들의 본전심리를 자극하고, 저축의 포장을 덧씌워 납입한 보험료에 비해 받아가는 환급금이 많음을 강조하다. 하지만 조기 해지시 원금보다 적거나 없을 수 있음을 애써 설명하지는 않으며, 무엇보다 종신의 '사망보험'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숨겨 버리는 영업행태는 오래지 않아 민원으로 돌아올 것이 뻔하다.

 

90년대생은 보험료를 납입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으니 미니암보험으로 저렴하게, 저축의 콘셉트로 돌려받을 수 있게 가입시켜준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보험의 도움을 받았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험을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 지인을 통해 가입하고, 설계사의 화법만을 믿고 가입하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90년대생은 진실된 정보를 원한다. 정보의 비대칭이 가장 심한 보험산업에서 이제 더는 눈을 가리고 판매를 유도하기 위한 선별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방식은 그들의 불신을 더 키울 뿐이다. 보장과 보험료는 비례하므로 무조건 저렴한 보험료가 답은 아니며, 보험 가입의 목적 또한 장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을 보험자(보험회사)에 전가하는 것일 뿐, 사고 없으면 보험에 대한 효용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종신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엄마가 가입시켜 준' 보험을 갖고 있는 90년대생.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커져갈 때 20~30년 전에 가입한 보험을 한 번쯤은 들여다 볼 것이다. 이전 세대와 다른 건 이들은 보험 정보를 적극적으로 습득하려는 의지가 높다는 것이다. 보험 정보를 쥐고 있던 공급자의 관점에서 그들을 보험판으로 끌어들인다고 해서 그들을 움직일 수는 없다. 그들은 마음이 불편해지더라도 정직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보험으로는 재테크를 할 수 없으며, 위험의 보장만이 핵심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보험산업에도 90년생이 온다. 업셀링을 거듭 반복하던 기존 보험시장에서 새로운 세대를 끌어들일 관점의 변화가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오명진 두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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