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집값 잡고 전셋값 올리나?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

정부가 드디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 등 국내외 경기가 불안한 와중에도 주택경기가 불안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정부가 이번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배경을 살펴보면, 분양가 상승이 기존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속내는 강남권 재건축을 잡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그 일환으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지정 요건도 완화했다. 우선 분양가상한제 지정 기준을 (기존)'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개선)'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분양가상한제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분양가상한제 지정 기준 선택요건 3가지 중 (기존)직전12개월 평균 분양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한 지역에서 (개선)해당 시·군·구의 분양실적이 없는 경우에는, 청약이 가능한 지역인 주택건설지역(특·광역시)의 분양가격 상승률을 적용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서초구에 12개월 동안 분양이 없다면 지정요건이 부합하더라도 선택요건에 맞지 않아 분양가상한제 지정이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서초구에 분양이 없었더라도 인접한 서울시가 지정요건에 부합하면, 서초구도 분양가상한제 지정을 할 수 있도록 지역범위를 넓힌 것이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과도한 시세차익도, 전매제한 기간을 늘려 막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이 최장 4년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으로 인해 최고 10년까지 팔지 못하도록 전매제한 기간을 늘렸다.

 

시행시기도 앞당겼다. 후분양으로 고분양가를 회피하려는 사업장도 피해갈 수 없도록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10월 초 '최초 입주자모집공고 신청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공공분양주택에 적용 중인 거주의무기간(최대 5년)을 민간택지에도 금년 중 도입한다고 밝혀, 앞으로 거주의무기간까지 채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후분양 시점을 (기존)지상층 골조공사 공정률 50~60%에서 (개선) 80% 수준까지 높였다.  

 

이에 따라 서울 전역과 과천, 성남 분당, 광명, 하남, 대구 수성, 세종 등 전국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에서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번 정책으로 재건축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의 경우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곳들은 사업자체가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분양이란 꼼수도 통하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관리처분이 난 재건축 사업장들은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루 빨리 받으려고 나설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정책은 서울 집값 상승의 촉발제 역할을 하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목표다. 정책이 시행되면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들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따른 의견은 분분하다. 지난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 후 서울 집값이 잡혔다고 이야기하는 쪽에선 이번 정책을 통해 서울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예측한다. 더불어 강력한 대출규제와 기나긴 전매제한으로 단기수요가 빠져 실수요자들을 위한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반면 지금 올라야 할 집값을 억지로 잡아 놓는 역할만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건축 사업을 막으면 막을수록 미래 집값이 더 급등한다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규제가 풀리면서 지난 2년 간 서울 집값은 2배 가까이 뛰었다. 이에 그동안 재건축 사업을 완료해 새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들이 새로운 부촌으로 각광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월급쟁이인 필자가 생각할 때는 전셋값이 걱정이다. 대출규제로 이미 실수요자들은 집사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규제가 지속되는 한 현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집을 사기가 더 쉽다. 아둥바둥 사느라 청약통장의 경쟁력마저 형편없다. 

 

대출규제로 돈 빌리기도 힘드니 저렴한 경기도 신도시로 이동하라고 속 편한 소리들도 한다. 경기도에 아무리 물량이 많다고 하더라도 최소 3억~4억원은 있어야 중소형 주택에 들어갈 수 있기에 대출없이 실수요자들에겐 부담이다.

 

그런데 분양가상한제와 전셋값이 무슨 상관일까. 집값이 잡히고,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선 집주인들이 월세 전환을 많이 한다. 도심 내 공급량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로 발생하는 공급도 없으면 전세 매물이 줄어든다. 전셋값이 충분히 불안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집값이 잡히는 것만 보이고 그로 인해 반전세란 요상한 개념이 생겨난 과거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집값을 잡을 강력한 규제는 만들고 있는데 함께 진행해야 할 도심 내 주택 공급정책이 당장 없는 게 아쉽다. 그나마 전세대출이 많이 나와 안도하는 현실은 더 씁쓸할 뿐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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