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으로 번진 美中 무역전쟁…‘강대강’ 대결 지속되나?

美 환율조작국 지정에 中 ‘포치’ 용인…달러당 7.5위안까지 상승 전망
위안화 절하폭 예상보다 낮아…워싱턴 무역협상서 긴장감 완화 기대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지면서 양국의 대치가 더 격렬해지는 모습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자 중국은 ‘포치(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현상)’를 용인, 오히려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등 ‘강대강’ 대결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요 2개국(G2)의 대립이 더 극심해져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한다. 다만 다음달 워싱턴에서 무역협상이 재개될 경우 출구가 열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환율전쟁’ 본격화…매일 떨어지는 위안화 가치 

 

최근 미국과 중국은 서로 공격과 반격을 거듭하며 점점 수위를 올리고 있다.

 

우선 미국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3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미 관세를 물리던 수입품까지 더하면  사실상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긴 셈이다. 

 

또 지난 5일 중국의 역내 및 역외 위안화 환율이 모두 달러당 7위안 선을 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환율조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재무부는 이를 받아 즉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지난 1994년 이후 25년만의 조치다. 

 

로드리고 캐트릴 내셔널호주은행(NAB) 선임 환율전략가는 이에 대해 “미중 무역갈등이 더 극심해지면서 환율전쟁으로 접어들었다”고 평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교역촉진법에 따라 1년간 환율 문제 개선을 위한 양자협의를 하게 된다. 만약 여기서도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 시 금융 지원 금지 △미 연방 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환율 압박 등의 제재가 뒤따른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중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미국은 정부 기관이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의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이어갔다.

 

중국 역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8일 위안화 환율을 전일 대비 0.06% 오른 달러당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고시환율이 달러당 7위안 선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5월 이후 11년만이다.

 

인민은행은 9일에도 위안화 환율을 7.0136위안으로 고시해 위안화 가치를 더 절하시켰다. 인민은행은 "환율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면서도 "7위안은 이제 상징적인 숫자일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7위안 선을 넘겨 ‘포치’를 용인한 것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정면으로 맞선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수출 진작 등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더욱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미국이 예고대로 다음달부터 중국산 제품 3000억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위안화 환율이 7.3위안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관세율이 25%로 뛰면 환율도 7.5위안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왕춘잉 중국 국가 외환관리국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정치 조작이자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비이성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은 글로벌 경제를 악화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이미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어 환율조작국 딱지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허장성세’라고 맞받아쳤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화웨이 제재와 관련, “미국이 힘을 남용해 중국 기업을 먹칠하고 억압하는 것은 세계 산업 사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멈췄으며 도리어 러시아 등으로 농산물 수입선 다변화를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으로 쏠리는 눈길 

 

이처럼 양국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다보니 시장의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하리 하리하란 NWI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공격하면 할수록 중국은 더 화를 낼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아시아 담당 선임 연구원은 “타협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레이저는 “양국 정상이 다른 무엇보다 국내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며 경제보다 정치가 우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결 구도가 이어져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다만 아직은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하폭이 시장 전망보다는 낮은 편이라는 점에 희망을 거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이 미국과의 극한 대결은 원하지 않으므로 위안화를 과격하게 절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스티엔 드루트 CPR 에셋 매니지먼트 수석 전략가는 "시장은 중국이 위안화를 심하게 절하하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다음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무역협상을 주목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과 포치 용인 후에도 무역협상이 열린다면 양국 모두 파국은 피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행이 양국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도 협상 자체에는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9월 중국 협상팀의 방문을 준비 중"이라며 “우리는 협상을 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합의에 도달하면 관세 관련 결정이 변경될 수도 있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웨이 젠궈 전 중국 상무부 차관 역시 미중 무역협상 재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웨이 차관은 "현재 양국의 협상 국면은 어두운 상황이지만 9월 워싱턴에서의 무역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협상을 기회로 양국 간 긴장 관계가 다소 완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역협상이 열리는 것 자체만으로 긴장 완화의 신호가 될 것”이라며 “바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취소나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의 액션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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