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클린 보험서비스'와 보험설계사의 경쟁력

오명진 두리 대표
설계사와 대리점의 불완전 판매 비율 등 신뢰도 정보를 직접 조회할 수 있는 'e-클린 보험서비스'가 개시됐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최근 GA 급성장과 더불어 함께 늘어나고 있는 불완전판매와 악화되는 계약 유지율을 개선하고 건전한 보험 모집질서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일환으로 설계사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활동 중인 설계사 입장에서 본인의 홛동 정보가 공개되는 데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는 이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신뢰도를 더욱 상승시킬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설계사와 대리점은 보험업법에서 정한 모집종사자에 해당한다.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에 가입할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를 모집하고 보험계약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며, 보험계약 체결시 신계약에 대한 판매·중개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이다. 해당 업을 영위하는 과정에 중요시되는 건 고객이 보험가입을 결정하게끔 하는 모집종사자의 영업활동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고객이 보장받고 싶어하는 보험을 상담을 통해 정하고, 고객의 재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합리적인 보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최근 보험상품 판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규 계약자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계사의 신뢰도 정보와 설계력을 증명할 수 있는 지표가 생겨나는 건 설계사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보험 소비자에게 더 좋은 보험설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즉 제대로된 설계사는 점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설계사는 보험 중개시장에서 자연스레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설계는 뒷전이며 리모델링이라는 명목 하에 제대로 가입돼 있는 계약을 해지해 버리고 새로운 계약 체결을 권유하는 설계사, 마감실적을 위해 일단 계약을 체결하고 해지환급금과 중개수수료를 합한 금액이 전체 납입보험료를 초과하게 되는 시점에 해지하는 이른바 승환계약의 반복, 이러한 행위가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 같은 설계사들은 앞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보험에 대한 글을 쓰시 시작하며 만나고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설계사가 있다. 물론 고객의 제대로 된 보험가입을 위해 철저한 보장분석과 많은 시간을 설계에 투자하는 설계사도 많다. 그런 분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객의 제대로 된 보험가입을 위해 노력한다. 반면 설계매니저를 따로 두고 오로지 자극적인 담보설명 화법과 잘못된 허위과장 정보를 통해 고객을 모집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설계사도 존재한다. 

설계사가 직업이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너무 엄격한 잣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가혹한 것이 아니냐고 그들은 말한다. 하지만 본인의 생계를 위해 고객의 보험을 망쳐버리고 원하지 않는 지출을 눈감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AI설계사가 곧 등장할 것이라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미 현재의 기술은 설계사보다 더 고객에게 합리적인 설계를 제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다만 보험가입을 결정함에 있어 설계사가 갖고 있는 대면의 경쟁력까지는 AI설계사가 뛰어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고객을 대면했을 때, 작위에 의해 선별된 정보만을 제공하고 오로지 신규계약 체결에만 집중하는 설계사는 앞으로 더더욱 도태되어 갈 것이다. e-클린 보험서비스의 시작은 불완전판매비율과 계약유지율 및 제재이력 등의 정보로 시작했지만, 향후 설계사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들을 더 추가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급속도로 성장한 GA채널의 이면엔 부정적인 요소들을 신계약 실적이라는 명목 하에 채널도 보험사도 모두 눈감고 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서비스를 계기로 보험소비자를 위해 보험을 제대로 설계하고 중개할 수 있는 설계사들이 가려지기를 기원해 본다.

<오명진 두리 대표(보험계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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