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뒤바뀐 효자공공기관' 산업은행·기업은행

산은, 대우조선 탓에 '신음'…기은, 조용히 1조 순익 시현

세계파이낸스 안재성 기자

지난 1954년 설립된 산업은행은 국내 최선호 직장 중 하나였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은 1순위로 한국은행을, 2순위로 산업은행을 지망했다.  산업은행은 사명에서 뭍어나오는 무게 만큼 수출대기업 지원, 산업시설 복구, 첨단산업 육성 등 국가경제와 직결된 중추적인 정책금융 역할을 담당해왔다.

1961년 설립된 기업은행은 주로 중소기업 지원을 담당했다. 지금도 여신의 80% 가량이 중소기업 여신이다. 기업은행도 인기 좋은 직장 중 하나였지만 산업은행 정도는 아니었다.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 볼 때 국가 핵심 정책과 관련이 깊은 산업은행에 비해 소규모 중소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돈을 끝없이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의 명암도 뒤바뀌고 있다.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의혹을 받으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이를 구하기 위해 재작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을 중심으로 4조2000억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이것으로 유동성 문제는 해결됐다”는 정부의 장담과 달리 대우조선은 불과 2년도 지나기 전에 재차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산업은행은 또 다시 기존 채권을 출자전환하고 신규 여신을 지원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신음하고 있다. 이것조차 국민연금 설득이 쉽지 않아 ‘P-플랜’으로 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산은의 경영에도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재작년 1조7534억원의 흑자를 넀지만 작년에는 무려 3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은행의 한 직원은 “구조조정 때문에 밤새워 일하면서도 ‘혈세 낭비’라는 비판만 듣고 있다”며 “요즘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기업은행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면서 최고의 ‘효자 공공기관’으로 등극했다.

이는 두 은행의 특징과 관련이 깊다. 기업은행에도 물론 부실채권이 존재한다. 다만 주로 중소기업과 거래하기에 기업 하나당 부실채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 한두 곳이 쓰러져도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편이기에 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마음 편하게 해당 기업의 청산을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 입장에서 대우조선을 청산해 버리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다. 수만명의 실직자 발생과 협력업체 도산 등 여파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추가 지원이라는 고리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국가경제와 직결된 정책금융이라는 그럴싸한 책무가 산업은행을 벗어날 수 없는 개미지옥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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