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후 준비, 가족과 경제 관련한 대화부터 시작하라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지점 골드PB부장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지점 골드PB부장
최근 몇 년 동안 자산관리 분야에서 큰 이슈 중 하나는 ‘노후 준비’ 또는 ‘은퇴 이후’라는 말일 것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과 맞물려 한국의 경제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까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여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의 임원을 지내시다가 퇴직을 앞둔 고객과 노후 준비에 대한 상담을 했다. 모아둔 자산도 꽤 많고 퇴직 후에도 경력을 가지고 3~4년 이상 다른 직장을 다니며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남부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부 또는 부부중 혼자라도 40년 이상 장수하게 되는 경우에도 돈 걱정이 없는지에 대한 고민은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고민 보다 흥미를 끄는 것은 배우자나 자식들의 생각이 자기 마음 같지 않다는 불만을 가진 점이었다.

앞으로 수입이 줄어들 것이 뻔한데 배우자와 자녀들이 흥청망청 쓰지는 않아도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을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자는 가족을 데리고 몇 년 동안 가지 못했던 고향마을을 찾아 자신의 힘들고 풋풋했던 시절을 공감하기 원했지만, 자녀들은 불편하다는 핑계로 먼저 떠나버린 일로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이 고객 분은 평소 회사 일로 바쁜 나머지 가족과 속 깊은 대화는 하지 못해 왔지만 다른 대다수의 가장처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래서 자신의 평소 마음을 다른 가족들이 당연히 이해하고 좋아하리라 생각했었는데 이 믿음이 깨진 것이 속상한 것 같았다. 

이 사례의 고객에게 가장 먼저 추천한 방법은 ‘대화’였다. 이 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대?rsquo;가 부족해 보이는데, 금전적인 면에서도 배우자나 특히 자녀들과 ‘경제적 대화’를 추천한다. 돈 얘기하는 것이 왠지 꺼려지거나, 자녀에게는 돈 걱정을 안 하게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만, 노후를 앞둔 시점에서 가족들에게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을 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해줄 필요가 있다.

‘한 달 수입이 어느 정도 되고 얼마 정도를 쓰는지’, ‘지금 있는 재산으로 일년에 얼마씩 쓰면 몇 년 정도 쓸 수 있고’, 자녀를 위해 목돈을 써야 하는 경우, ‘미래에 한 달에 필요한 돈이 얼마인데 이 돈을 쓰면 나중에 자녀로서 부양해 줄 수 있는지’, 요구가 아닌 경제적인 대화를 통해서 가족간의 경제 심리적 간극을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자녀들에게는 부모가 ‘화수분’이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금전적인 면에서 노후 대비가 이 사례의 고객보다 잘 되어 있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 보다 적은 자산을 모았다고 해서 노후가 힘들어 지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수명은 늘어가고 수익의 기회는 줄어들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보다 현실을 평가해 보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차분한 대처를 통해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필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소비’의 조정이다. 경제가 급성장하는 시대에 지속적인 소득 증가를 당연히 여겨 ‘소비’ 또한 대중의 수준보다 급격히 팽창한 과소비의 시대로 들어섰다. 소득이 줄면 소비도 줄여야 하지만 이미 자리잡은 소비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 전에는 줄이기 힘든 ‘톱니효과’를 보인다.

노후를 대비한다면 다른 소득을 찾기 이전에 불필요한 소비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것도 가족간의 대화가 깊어지면 ‘사회적 비교’에 얽매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소비를 줄이는 효과도 발휘한다.

마지막으로 기대수명의 연장을 불안하게만 보지 말라는 것이다. 은퇴자산이라고 무조건 안전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는 맞지 않을 수 있는데 은퇴 이후 삶이 많이 남았다면 자신의 자산도 멀리 보고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은퇴자산을 점검하여 몇 년 안에 쓸 자금 외에 장기적으로 필요한 자산이라고 설정하고 ‘투자’를 해보자. 이 때는 단기적인 가격변화보다 미래에 많이 오를 자산을 여유 있게 고를 기회를 활용할 수 있고 부동산이든 금융상품이든 좀 더 여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만약 한국 경제 여건이 걱정되는 사람은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는 점을 상기하여 밖으로 눈을 돌리면 그 기회는 더 커질 수 있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은퇴 후에도 항상 자산관리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부담이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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