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 가계부채에 몰려오는 먹구름

가계대출 금리 5개월 연속 오름세, 부채 리스크 급상승
2금융권 가계대출 291조 넘어…시한폭탄으로 작용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이미 1300조를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양상이다.

이미 나타난 시중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은행이 연준을 따라갈 경우 상승폭은 더 가팔라진다.

따라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급증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대거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오름세…커지는 가계의 부담

15일(현지시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0.75~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특히 연준이 연내 2차례 이상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돼 이미 발생 중인 시중금리 상승세에 불을 지를 위험이 높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3.39%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이자 지난 2015년 2월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16%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올라 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고금리는 이미 연 5%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오름세는 3월 들어서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KB·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5년 만기 고정금리 기준)는 지난 1월부터 이번달초까지 최대 0.47%포인트 뛰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말 3.36∼4.68%에서 이달초 3.51∼4.83%로 0.15%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0.11%포인트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은 이달초 3.43~4.73%를 기록, 1년만에 0.5%포인트나 급등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금융채 금리가 올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저절로 상승하게 된다”며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예측되면서 머지않아 5%를 넘을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은이 연준을 따라갈 시 금리 상승폭이 더 가팔라진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경기가 몹시 나빠 한은이 쉽게 기준금리를 인상하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연준이 금리를 더 올려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날 경우의 부작용도 심각해 안 쫓아가기도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금리 오름세는 곧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으로 연결된다. 이미 가계부채 총액은 지난해말로 1344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1월 다소 증가세가 잦아드는 듯 했으나 2월 들어 다시 확대 추세로 돌아섰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1월 1000억원에서 2월 2조900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보험사와 상호금융권도 각각 6000억원 및 2000억원으로 가계대출 증가액이 확대됐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 상환액은 연간 9조원이나 치솟는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가계 경제가 매우 악화된 상황에서 금리까지 상승하면 다수의 채권이 부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취약계층 몰린 2금융권 ‘시한폭탄’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이 몰린 2금융권은 은행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 이들 대부분이 은행보다 3~7배 높은 고금리인 반면 부채상환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대출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한은은 7~10등급인 저신용 차입자의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2월말 현재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 가계대출은 291조3000억원(한은 집계)으로 전년동월 대비 42조6000억원 급증했다. 올해 2월까지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원에 달한다.

2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 차주 중 취약계층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기에 대거 부실화될 리스크가 크다”며 사실상 시한폭탄임을 시사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특히 2금융권에 다중채무자가 많다”며 “다중채무자는 일단 금융사 한 곳만 원리금 상환이 연체되도 타사로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의하면 지난해말 기준 5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총 101만7936명이다. 이는 지난 2012년말보다 5% 늘어난 규모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2금융권 대출금리 역시 벌써부터 꿈틀거리고 있다”며 “앞으로 더 가파른 상승세가 일어나면 부실채권 확대로 연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2금융권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금융당국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6일 합동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 가계부채 리스크 대응 방안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이처럼 가계부채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합동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 가계부채 리스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가장 중점을 둔 곳은 2금융권 가계부채였다. 2금융권 가계대출 동향을 매주 점검하기로 했으며, 연체율과 만기 도래 채권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아울러 각 금융사들에게도 직접적으로 ‘대출 자제’를 요구했다. 14일 보험사 자산운용담당 임원에 이어 15일 카드사 및 캐피탈사 대표, 16일 저축은행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신중한 가계대출 운용’을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일부 은행과 2금융사에게 구두로 경고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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