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대립'에 공회전 중인 금융권 임단협

금융공기업 대부분 타결 불구 민간은행은 협상 시작도 못해
보험업계는 대체로 조용…은행계 카드사들은 은행 눈치보기

사측은 개별 협상을, 노측은 일괄 협상을 요구하는 탓에 금융노사 간 `2016년 임금단체협상`이 계속 공회전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4월 7일 금융노사 임단협 첫날의 모습. 이날도 노측은 34개 지부가 전부 참석했으나, 사측은 일괄 협상을 거부하면서 불참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성과연봉제 파문’이 금융권을 뒤흔들어 놓으면서 아직까지 상당수 금융사에서 ‘2016년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조용한 보험업계와 비은행계 카드사들과 달리 민간은행과 은행계 카드사들은 대부분 임단협을 시작조차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여러 금융사 직원들이 지난해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받지 못할 가능성에 우울해 하는 모습이다.

◇민간은행원들 ‘한숨’…“올해는 소급분 못받나?”

은행권에서는 금융공기업과 민간은행의 임단협 양상이 갈렸다. 현재 사측은 개별 협상을, 노측은 일괄 협상을 주장하는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금융공기업지부에만 개별 협상을 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공기업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공기업 임금인상률은 정부의 예산 편성과 연계된다”며 “때문에 한 해라도 연봉 인상의 기회를 놓치면, 다음 해에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성과연봉제 합의만은 엄금했다”며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간은행은 사기업이므로 한 해 임단협이 결렬되더라도 다음해 임단협에서 임금을 한꺼번에 올려 보상받을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9개 금융공기업은 지난해말부터 임단협을 진행, 8곳이 협상을 마무리했다. 임금인상률은 정부가 정한 공기업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맞춰 1.5~3% 수준으로 결정됐다.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감정원 등은 임금을 2% 올리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기술보증기금 노사는 임금인상률 3%에, 자산관리공사(캠코) 노사는 1.5%에 합의했다.

성과연봉제에 대해선 서로 말도 꺼내지 않았다. 금융공기업들은 지난해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지만, 시행 시기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가 제기한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은 기각됐지만, 노측은 여전히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사측도 굳이 노측과 싸워가면서 서두를 생각은 없어 보인다. 

금융공기업 고위관계자는 “다들 일단 내부적으로 1년 유예해 내년부터 시행하자는 분위기”라면서 “정권 교체 가능성 등 정치권의 풍향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정착을 위한 평가체계를 구축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은 “성과연봉제는 ‘최순실표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섣불리 시행했다가 정권이 바뀔 경우 자칫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금융공기업뿐 아니라 민간은행도 전부 눈치를 보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성과연봉제 추진, 임금피크제 도입 등 황 대행의 명령 중 다수는 위임받은 권한을 넘어선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임금인상률에 합의한 금융공기업과 달리 민간은행들은 아직 협상 개시도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직원 A씨는 “이러다가는 지난해 임금인상 소급분을 받지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금융사들은 대개 하반기에야 임단협이 체결되므로 그 해의 임금인상분을 연말이나 다음해초에 소급해서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지난해 임단협이 하염없이 미뤄지면서 민간은행원들은 아직 소급분을 지급받지 못했으며, 언제 지급될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일단 노조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민간은행지부에도 사측과 협상을 원할 경우 연락하라고 전달했다”며 “개별 지부에서 요청이 오면, 금융노조가 대신 나서서 사측과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노조 측에 사측과의 협상을 요청한 곳은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우리 FIS 등 세 곳이다. 다만 이들도 아직 임단협은 시작하지 않았다. 

◇이미 대부분 성과연봉제 운영 중인 보험업계…KB손보만 ‘시끌’

보험사들은 ‘성과연봉제 파동’에서 살짝 비껴 간 모습이다. 대다수의 보험사들이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성과연봉제를 시행 중이라 노사 간에 충돌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생보업계와 손보업계 모두 1위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필두로 대다수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함에 따라 삼성생명이 지난 1999년, 삼성화재는 지난 1998년부터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타 사들도 두 회사를 따라 차례차례 성과연봉제를 추진했다”며 “보험업계는 대체로 1위사의 움직임을 본 뒤 따라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사별로 각각 다른 연봉 체계를 운영 중”이라며 “같은 회사더라도 직급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등 차별성이 강해  은행 등과는 달리 ‘성과연봉제 이슈’에 휩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성과연봉제 미도입 보험사 중 코리안리와 서울보증보험은 사측에서 도입을 추진하다가 일단 접었다. 둘 다 노사 공통으로 이에 대해 차후 검토하기로 합의한 뒤 임단협을 체결했다.

현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 소속된 24개 보험사 지부 중 20곳이 임단협을 완료했다. 나머지 네 곳 중 ING생명, KDB생명, 현대라이프 등 세 곳도 임단협이 미뤄지는 이유와 성과연봉제와는 관련이 없다. ING생명과 KDB생명은 매각 이슈 때문에,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해말 대표이사가 교체되면서 임단협이 연기된 것뿐이라 곧 타결될 전망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삼성화재, 동부화재 등 사무금융노조에 속하지 않는 보험사들도 대부분 임단협이 마무리됐다.

다만 KB손보만이 노사 간 대립이 지撻품?있다. KB손보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뿐 아니라 임금인상률에서도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줄다리기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 눈치 보는 은행계 카드사

카드업계에서는 은행계 카드사와 비은행계 카드사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우선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 등 비은행계 카드사들은 오래 전부터 성과연봉제를 실시 중이라 ‘성과연봉제 파동’과 연관이 없다.

현대카드는 지난 2003년부터 성과연봉제를 시행 중이며, 성과연봉의 비중이 전체 연봉의 30~35%에 달한다. 삼성카드 역시 오래 전부터 성과연봉제를 시행 중인데 인사고과에 따라 연봉이 꽤 차이가 난다고 관계자자 전했다.

비씨카드는 지난 2013년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으며, 롯데카드 역시 몇 년 전부터 시행해 현재 10% 수준의 연봉 차등을 두고 있다.

이들 중 롯데카드와 비씨카드는 이미 임단협을 완료했다. 노조가 없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오는 2~3월 중 임금인상률을 확정할 예정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대개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2~3월쯤 임금인상률을 결정하고, 연봉계약을 맺는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도 비슷한 관행이라고 전했다. 

반면 은행계 카드사들은 아직도 임단협이 공회전 중이다.

KB국민카드는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두고 노사 간 진통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12월 28일에야 임단협이 재개됐다. 하나카드 역시 같은 사유로 이번달말쯤 임단협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임금인상률에 대한 이견으로 임단협 타결이 연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계 카드사들의 임단협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계 카드사들의 임단협이 난항인 이유는 은행의 눈치를 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들의 임금인상률 수준은 대개 동일그룹 내 은행의 예를 쫓아간다”며 “지난해부터 ‘성과연봉제 파문’으로 은행의 임단협이 체결되지 않다 보니 은행계 카드사들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도 결국 은행의 임단협 결과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며 “은행에서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은행계 카드사 노조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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