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근속 양극화, 10년 다니기 쉽지 않다

중소형 증권.카드 10년이상 `제로'

금융회사가 일반 기업보다 높은 연봉을 자랑하지만 10년 이상 한 직장에 다니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증권사와 카드사 중에는 직원의 평균 근로연수가 10년 이상인 곳이 하나도 없었다. 중소형사 직원은 일찌감치 일터를 바꾸거나 다른 인생진로를 찾아 떠나 근로연수가 3년이 채 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고용안정성이 구직자들의 직장을 고르는 기준이 되면서 높은 연봉에 일반 금융회사보다 정년이 더 잘 보장되는 금융공기업의 인기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와 카드사 중 올해 3월 말 현재 재직근로자 기준으로 전체 직원의 평균 근로연수가 10년이 넘는 곳은 한곳도 없었다.

증권사 중 평균 근로연수가 가장 높은 곳은 신한금융투자로 9.8년이었고 현대증권 9.6년, 대신증권 9.3년, 한국투자증권 9.1년, 대우증권 9.0년 등이었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이 기간이 2~3년에 불과한 곳도 적지 않았다.

이트레이드증권은 2.3년에 불과했고 KTB투자증권 2.4년, KB투자증권 2.5년, 키움증권 3.1년, 리딩투자증권 3.1년, HMC투자증권 3.3년 등이었다. 증권사 간에 이직이 많은 것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는 신한카드 9.0년, 삼성카드 9.3년, 비씨카드 9.9년이었고 후발주자인 현대카드는 5.0년, 롯데카드 5.0년 등이었다.

보험사도 일부 대형사는 평균 근로연수가 10년이 넘지만, 중소형사들은 평생직장 개념을 지키기 쉽지 않았다.

대한생명이 14.8년으로 가장 길고 현대해상[001450](12.1년), 한화손해보험(12.0년), 삼성생명(11.0년), LIG손해보험(10.9년) 등이 10년을 넘겼다. 그러나 미래에셋생명(8.9년), 동부화재(6.3년), 롯데손해보험(5.9년), 흥국화재(5.1년) 등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짧았다.

은행은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SC은행은 직원의 평균 근로연수는 17.4년으로 현대자동차(17.5년) 같은 제조 대기업 수준이었다. 뒤이어 외환은행(17.2년), 기업은행(16.2년), 우리은행(16.0년), 국민은행(15.7년), 신한은행(13.6년), 씨티은행(13.0년), 하나은행(11.1년) 순이었다.

금융회사 중에서도 증권사의 근속연수가 짧은 이유는 성과급 제도가 발달해 스카우트가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국내에 62개 증권사가 있어 `실적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지점 영업직원과 투자은행(IB) 업무 종사자들은 항시 `러브콜'을 받는다.

은행의 경우 소규모 자본으로는 만들기 어려워서 이직 시장이 쉽사리 열리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잦은 이직이 보편화하다 보니 증권가에서는 영업 사원이 한 회사에 5년만 일해도 `많이 다녔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모두가 우호적인 상황에서만 이직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직이 흔하다 보니 증시가 좋지 않을 때는 인력감축 대상 1순위가 되기도 한다. 특히 여건이 대형사보다 열악한 중소형사는 증시에 따라 지점축소와 인력조정이 쉽게 이뤄져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훨씬 짧아진다.

대형사의 근속연수는 9년 정도인데 반해 소형사는 2.5년 안팎이다. 증권사 가운데서도 근속연수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카드사들의 근속연수가 짧은 것은 최근 하나SK카드, KB국민카드 등 신생 회사들이 많이 나오면서 인력 이동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최근 독립한 하나SK카드의 근속연수는 1.6년에 불과했다.

금융회사와 공기업의 장점을 모두 지닌 금융공기업은 근속연수에서도 일반 금융회사들을 크게 따돌렸다.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 9곳의 평균 근속연수는 14년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ㆍ카드사 중에는 한 곳도 근속연수가 10년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직업 안정성을 누리는 셈이다.

근속연수가 가장 긴 곳은 한국거래소로 16.7년이었다. 이어 예탁결제원ㆍ신용보증기금이 각 16.5년, 수출입은행 15.3년, 주택금융공사 15.0년, 기술보증기금 14.4년, 코스콤 12.0년, 자산관리공사 11.5년, 정책금융공사 11.1년 등으로 오래 근속했다.

근속연수가 일반 금융회사들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정년이 보장된다는 공기업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식 매매 업무를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1980년대 후반 대규모로 입사했던 직원들이 현재도 상당수 남아 있어 근속연수가 길다"고 말했다.

거기에다 연봉 수준이 아주 높아 50대 초반이면 은퇴해야 하는 사금융권으로 이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후문이다.

작년 한국거래소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900만원이고, 예탁결제원과 수출입은행도 각각 9700만원, 9300만원, 코스콤 9000만원으로 일반 금융회사보다 높았다.

세계파이낸스 뉴스팀 fn@segyef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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