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의 굴레<下>] '성과위주' 낡은 영업관행 떨쳐내라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경직된 기업문화·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소극적 자세가 걸림돌
이사회 권한·책임 강화해야…과감한 규제 혁파·겸업확대 필요



  • 국내 금융이 선진금융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관뿐 아니라 금융사의 자구적인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금융사의 문제점으로는 경직된 기업문화와 성과 위주의 낡은 영업관행이 꼽힌다. 아울러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도 과감한 규제 혁파로 금융사의 자율성을 적극 보장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사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미국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당연한 이야기”라면서 “‘NO’ 이후의 건설적인 대화와 협상이 한미 동맹을 더 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이렇게 열린 자세를 지향하는데 국내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들은 ‘NO’라는 단어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한국 특유의 경직된 기업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외국 금융사 임원은 “한국 기업의 임원들은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대와 자신에 대한 거부를 구분하지 못하는 듯 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또 성과 위주의 낡은 영업관행도 문제시된다. 예대마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담보대출 등 안정적인 대출에 대한 집착 등이 거론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 은행은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의 비중이 거의 비슷한 데 반해 국내 은행은 이자이익 비중이 너무 높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국내 소비자들은 은행 등 금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료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은행(IB) 등 새로운 수익원도 더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정적인 대출’에만 집착하는 것도 한국 경제의 발전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거부율은 40.9%로 OECD 평균(10.2%)보다 4배나 높았다.

    특히 핀란드(3%), 이탈리아(6.1%), 캐나다(7.0%), 프랑스(7.6%) 등 선진국들과 차이가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는 은행이 힘들여 리스크관리를 하기보다 대기업과 담보 등 쉽게 평가할 수 있는 요인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대기업 브랜드만 믿다가 낭패를 본 ‘KT ENS 사태’ 이후에도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권, 보험, 카드 등은 너무 단기적인 성과만을 강조하다보니 불완전판매, 지인영업 등의 부작용이 일상적으로 생겨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완전판매가 너무 심해서 어지간한 케이스는 그냥 넘어갈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인 영업에만 매달리다가 지인 관계가 파탄난 보험설계사가 여럿”이라며 “증권, 카드 등도 비슷한 양상”이라고 전했다. 

    ◇“자율성 확대가 선진금융으로 가는 길”

    다만 금융사의 문제점들은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지, 관의 간섭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류가 금융권에서 강하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과거 ‘KB 사태’가 발발했을 때 금융당국에서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사 지배구조법 제정을 추진했다”며 “이렇게 일일이 코치하려는 자세는 곤란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금융사에게 자율경영을 보장하면 자연히 서로 경쟁하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돼 있다”며 “관치에서 멀어질수록 금융사의 수익성이 향상되는 것이 좋은 증거”라고 강조했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도 “각종 수수료 등 금융서비스 가격과 배당정책을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은행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에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율성 강화를 요구했다. 이어 “현재의 포지티브 규제방식을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실장은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외국 금융사 CEO의 임기가 5~10년 수준인 데 반해 국내 금융사는 3년에 불과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세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 회장은 이와 관련, “겸업주의 확대를 위해 자산관리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권, 담보권, 보험금청구권 등 다양한 형태의 신탁을 허용하고 방카슈랑스 범위와 연금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도 “현재 복합점포 등을 통해 대형 금융그룹에서만 어느 정도 겸업의 효과를 보고 있을 뿐”이라며 “IB, 기업금융 등의 부문에서 과감한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핀테크업계에서도 규제 개혁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규제가 한국 핀테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각종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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