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커피人사이트] 청소년 꿈 키우는 커피 한 잔 '커피동물원'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2009년부터 가톨릭대 내 커피동물원 운영
청소년 직업체험 제공 및 사회적관계 형성 기여
  • 카톨릭대 기슨관 내 위치한 커피매장 '커피동물원'. 사진=오현승 기자

    한 잔의 커피가 때론 학교 밖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키우고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 경제적자립을 돕고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가톨릭대학교 내 위치한 커피동물원 얘기다.

    성심수도회가 운영하는 커피동물원은 지난 2009년 설립됐다. 커피매장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직업적 소양을 길러주자는 취지에서다. 지난 2015년 11월엔 예비사회적기업인증을 받았다. 

    커피동물원 대표인 김정미 성심수도회 수녀는 매장 설립단계에서부터 기획· 운영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올해로 벌써 매장 운영 9년째를 맞았다.

    그는 당초 커피에 문외한이었다. 커피매장을 운영하는 건 꿈도 꾸지 않았다. 김 수녀는 지난 1999년부터 청소년 단기쉼터인 '모퉁이청소년센터', 2005년부터 중장기쉼터인 성심디딤돌청소년쉼터를 통해 청소년을 돕는 활동을 맡아왔다. 그러다 어느 날 YMCA를 통해 바리스타 교육 안내문을 접했고, 쉼터 내 한 청소년이 커피를 배우며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며 커피매장을 열기로 결심했다.

    김 수녀는 29일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 성심교정 내 커피동물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여러 이유로 쉼터에 온 청소년들이 스스로 다양한 음료메뉴를 만들어보면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커피동물원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이 접하기에 지나치게 쉽거나 어렵지 않다는 점도 그가 꼽은 커피의 매력이었다.

    커피동물원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다. 그래서 아메리카노 한잔값은 2000원에 불과하다. 별도의 국가보조금도 없다. 그나마 가톨릭대가 커피동물원의 취지를 이해해 기슨관 내 100㎡(약 30여평)남짓의 공간을 무료로 제공한 점이 큰 힘이 된다.

    커피동물원엔 김 수녀를 비롯해 사회복지사인 실무자를 포함한 11명이 근무한다. 만 16세 이상 여성청소년이 대부분이다. 수습기간인 첫 1주일은 설거지, 청소, 메뉴공부 및 노동·인권교육 기간이다. 4주차까지는 커피 외 사이드음료를 제공하는 법을 배운다. 매장 매니저로 성장한 이들도 있다. 김 수녀는 "일을 시작한지 3개월이나 6개월 정도가 되면 청소년직원들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더러 생겨 안타깝다"면서도 "커피동물원에서 바리스타로 활동하는 건 직업체험은 물론 일을 통해 경제적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자립을 위한 소중한 기회"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곳에서의 활동은 대(對)고객 마인드를 기르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도 한다.

    커피동물원 내부. 카톨릭대로부터 매장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사진=오현승 기자

    실제 커피동물원 청소년직원들은 시장조사에서부터 맛평가, 메뉴개발까지 직접 맡는다. 매주 금요일 갖는 전체 스태프 모임에선 열띤 토론을 통해 매장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도 공유한다. 김 수녀는 "전체 회의는 청소년직원들의 자기표현능력 및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주는 의사소통의 장(場)"이라고 설명했다.

    캠퍼스 내 매장이라 대학생들과 접할 기회가 많다는 점도 장점이다. 김 수녀는 "대학생들이 주요 손님이어서 무례한 이들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대 학생들은 주 1회 청소년직원의 검정고시 공부를 돕는데, 이는 중단된 학업을 재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열 여섯살 때부터 커피동물원에서 업무를 배운 청소년직원이 매니저, 바리스타는 물론, 검정고시 합격해 사회복지사가 된 사례도 있다며 김 수녀는 뿌듯해했다.

    커피동물원은 청소년의 자립 이외에도 공정무역이나 자원재활용 가치도 중요하게 여긴다. 국제인증을 받은 공정무역커피를 사용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원가율이 높아져 수익성엔 부담이지만, 커피생산국의 농민들을 돕고 지속가능한 농업의 중요성을 지켜가기 위해서다. 

    매장인테리어는 택배박스 상자나 이미 사용한 대봉투 등을 재활용해 꾸민다. 매장 입구엔 컵홀더 재활용을 위한 수거함도 비치했다.
    커피동물원 내 컵홀더수거함(왼쪽)과 재활용품을 통한 인테리어(오른쪽). 사진=오현승 기자

    김 수녀는 올해 초 서울 용산 인근에 개장한 2호점 '로스트 앤 파운드'가 자리잡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자체 로스터를 보유한 2호점에선 스페셜티커피도 판매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김 수녀는 "1호점은 청소년직원의 자립에 초점을 맞춘 만큼 수익성은 포기했지만, 캠퍼스 밖에서 운영되는 2호점은 일반 커피매장과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견줘야 한다"며 "향후 청소년직원들끼리 커피매장을 창업할 수 있는 토대이 되도록 2호점이 단단히 뿌리내리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부천=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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