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대우조선 신규지원 결정에서 빠진 것은…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17일부터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채권자들 집회를 다섯차례 열고, 기업어음(CP) 소지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연락해 산업은행이 마련한 채무조정안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채무조정의 큰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약 16000억원의 무담보채권을 100% 출자전환하고, 시중은행은 약 7000억원의 무담보채권 중 80%를 출자전환하고 20%를 만기연장하기로 했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소지자 등 사채권자들은 약 15500억원의 채권 가운데 50%를 출자전환하고 50%를 만기연장하는데 합의했다.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받는데 진통을 겪었다. 특히 국민연금이 정부 관계자들의 속을 타들어가게 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면서 홍역을 치렀던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난색을 표하면서 버텼던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국민연금에게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사실상 회사채 보유자에게 지급을 보증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산은과 수은은 대우조선의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채무조정을 전제로 29000억원을 신규 지원하기로 했다.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유동성 부족 때마다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수차례 다짐했던 신규지원은 더 이상 없다는 약속을 뒤집었다. 201510월 이른바 서별관회의에서 4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그랬고, 지난해말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의 완전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28000억원의 자본확충에 나섰을 때도 되풀이했던 얘기다.

    대우조선이 국민경제와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정부로서도 쉽사리 법정관리를 선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지적이 어김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어서 다른 선택을 하기 힘든 것도 인정된다.

    그럼에도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이렇게 하면 대우조선이 살아날 수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만일 개인 간 거래였다면 아무리 많은 돈이 물렸다고 해도 요모저모 따져서 채무자가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눈물을 머금고 채권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래야 추가 손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은이 국민연금을 설득한 논리는 단기간 법정관리인 P-플랜으로 가면 채권자들의 손실이 훨씬 커진다는 것이었다. 대우조선의 경영이 언제쯤 정상화 돼 자력으로 채권을 상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더구나 영국의 조선·해운 부문 조사기관인 클락슨이 2021년까지 조선 발주전망치를 하향조정 했다고 한다.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29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결정을 하면서 상환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최소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상임위에는 대우조선의 향후 경영전망을 보고해 지원의 합당성을 따져보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본다.
     
    정호원 세계미디어플러스 본부장 jhw@segye.co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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