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은 살렸지만 …저버린 신뢰·시장경제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상황 따라 수시로 말 바꾼 정부· 팽개쳐진 구조조정 원칙
향후 민간주도 '신기업 구조조정' 제대로 실행될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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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이 채무재조정에 성공했지만 많은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할 당시 "추가 지원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해놓고 지난해 12월에 2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해줬다. 이번 대책까지 포함할 경우 대우조선에 지원될 자금은 무려 14조원이다. 더 이상 추가 지원은 없다는 말을 수시로 바꾼 셈이다.

    금융당국이 대우조선을 파산시키는 데 들어갈 비용(59조원)이 더 크고 실물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는 결국 시장경제와 구조조정 원칙에 위배된다.

    특히 회사채에 사실상 지급 보증을 해 주는 좋지않은 선례까지 남겼다. 때문에 앞으로 구조조정 때마다 원리금 상황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진통 끝에 자율적 채무 재조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산은의 최종제안이 그간 국민연금이 요구해온 ‘법적 보증에 준하는 안정장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 구조조정 원칙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데 문제가 있다"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가 향후 구조조정 방향을 민간주도로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신 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실행될지도 미지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형연 기자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새로운 구조조정 방식을 마련해 현행 구조조정 체계를 보완하고, 장기적으로는 채권금융기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구조조정의 중심축을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이로인한 여파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을 때 과연 발표한대로 시장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에 내맡길 것인가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은행이 사채권자를 설득하기 위해 보증을 선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에 대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답변은 궁색하다. 그는 “산은이 회사채투 자자에게 법률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최선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보증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지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 혈세가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기관투자자들의 국민연금 '눈치 보기'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이번 채무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기관투자자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국민연금의 결정을 기다리다가 국민연금이 16일 자정쯤 동의하기로 하자 부랴부랴 조정안에 동참했다. 이들 기관투자자들은 다른 한편으로 대우조선과 외부 감사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실보전을 위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향후 제기될 업무상 배임 혐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지난 일을 차치하고 앞으로 대우조선 노사는 약속대로 자구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하는 큰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대우조선은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 중 3조5000억원을 내년까지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수주를 하기란 그리 쉬운 상황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수주잔량 수행을 위해 인원을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자구계획 이행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총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정부의 채무 재조정안이 모두 통과되자 "대승적인 판단에 빠른 경영 정상화로 보답하겠다"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게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한 걸음씩 내딛겠다"고 말했다.

    매번 신규자금이 지원될 때마다 되풀이되던 말이다. "죽느냐 사느냐.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때가 없다"는 비장한 각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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