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만 받고 해지하는 '똑똑한' 고객에 카드사 울상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특화카드 보다는 한 카드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 필요
  • # 지난해 5월 결혼한 A(29)씨는 신혼집에 채워 넣을 가전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결혼 한 달 전 가전제품 제휴카드를 발급 받은 뒤 유지조건만 채우고 이번 달 카드를 해지했다. A씨는 "800여만원을 가전제품과 부모님 한복 등으로 지출하고 청구할인과 캐시백 등으로 85만원의 할인혜택을 제공 받았다"며 "계약서에는 언제까지 이 카드를 유지해달란 내용이 따로 명시돼 있진 않았지만 해당 가전제품 직원이 카드 발급 실적을 위해 9개월 유지해달라고 요구해 그 기간만 유지하고 해지했다"고 말했다.
      
    # 지난해 9월 결혼한 B(32)씨는 직항이 없고 비행시간이 긴 멕시코 칸쿤으로 신혼여행을 가면서 한 카드사의 공항 라운지 카드(PP카드·Priority Pass Card)를 발급 받았다. 인천을 비롯해 칸쿤에 있는 공항 라운지와 경유지 공항 라운지까지 이용 혜택을 본 B씨는 7개월 뒤인 이번 달 카드를 해지했다. "6개월 유지조건에 월 30만원씩 사용하는 조건이라 다른 카드로 가입하기 위해 최소 유지 조건만 채운 뒤 카드를 해지했다"고 말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결혼을 준비하는 신혼부부들이 결혼 준비를 위해 제휴카드를 발급 받아 혜택을 받은 뒤 최소한의 유지 조건만 채운 뒤 해당카드를 해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쇼핑특화 카드, 항공특화 카드, 주유 특화 카드처럼 신혼부부를 위한 다양한 특화카드를 출시하고 있지만 결국 '알들소비자'들을 충성고객으로 끌어들이지는 못한 셈이다.
     
    실제로 A카드사의 경우 3개월 이상 무실적 회원은 50만명, 6개월 이상 무실적 회원은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가 전월실적을 반드시 채워야 혜택을 볼 수 있고 카드마다 혜택한도가 부여되기 때문에 그 혜택을 모두 받은 뒤에는 카드가 필요없어진 것"이라며 "다른 혜택을 받기 위해 다른 카드로 갈아탄 경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카드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오랫동안 고객을 붙잡아 둬 충성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실제로 충성고객을 얼마나 사수하느냐에 따라 한 해 성과가 판가름 나기도 한다. 신규 회원을 끌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다 충성도가 높은 우량 고객은 평균 신용카드 사용금액도 일반 이용 고객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혜택만 받고 금방 카드를 해지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선 쇼핑특화, 여행특화 등 '특화카드'가 아니라 한 카드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우량고객을 위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인 '챕터2'가 시장에서 통했다는 분석이 많다. '챕터2'는 현대카드를 많이 쓰는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전략으로 2013년 해당 전략을 선보였다. 사용처에 관계없이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카드에 쌓인 포인트를 돈으로 돌려주는 것이 '챕터2'의 핵심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혜택한도를 없애고 카드를 쓰는 만큼 혜택을 늘렸다"며 "소비패턴이 끊임 없이 변하는 고객을 위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연회비 200만원짜리 VVIP카드를 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우량한 충성고객을 통해 카드사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현재 신한·우리·롯데·삼성·현대·하나카드 등 6개 카드사가 VVIP카드를 출시한 상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VVIP카드 회원을 충성고객으로 확보하면 향후 법인카드 채택이나 비슷한 부유층의 카드 가입 증가와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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