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채권자도 대주주도 몰랐던 대우조선 추가 지원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자구노력으로 살아 남아야 한다"에서 '추가 지원'으로 급선회
밑 빠진 독에 물붓기…대우조선 심각한 수주 부진· 개선 불투명
  •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대우조선은 지난해 2조7106억원의 적자를 기록,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에 추가 지원은 없으며 자구노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스스로 천명한 원칙을 손바닥 뒤집듯 뒤엎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금융당국은 채권은행과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추가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나 채권은행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일단 추가 지원 방안으로 채무 재조정 후 신규 자금 지원과 조건부 자율협약이 거론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손바닥 뒤집듯 원칙 뒤엎는 금융당국

    1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미 대우조선 추가 지원을 결정하고 채권은행 및 국회의 설득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언론과의 만남에서 “대우조선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앞으로 5년간 대우조선이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을 만큼 막대한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 위원장은 이날 이경섭 NH농협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 민간은행장들을 만나 “대우조선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민간은행 여신담당 임원을 불러 대우조선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나아가 임 위원장은 다음주 중 언론사 데스크를 초청해 추가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한 뒤 국회를 설득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작년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한 뒤 금융당국 스스로 지난해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다”고 밝힌 원칙을 단번에 뒤집은 것이다.

    이는 그만큼 대우조선의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에만 44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는 등 내년까지 총 1조5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에 반해 대우조선의 자금여력은 겨우 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돼 추가 지원 없이는 파산을 피하기 힘든 양상이다.

    그러나 스스로 천명한 원칙을 뒤집은 데 더해 채권은행과 전혀 논의하지 않은 부분 때문에 금융당국에 쏠리는 눈길이 매우 따갑다. 대우조선에 총 9조2000억원(2월말 기준)을 빌려준 최대 채권자 수은도, 79%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산은도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우조선 추가 지원에 대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기사를 통해 정보를 얻는 수준”이라고 낯을 찌푸렸다. 수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단 정부의 입장이 완강하기에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은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오는 모습이다. 다만 전혀 대비가 돼 있지 않아 총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등은 막막한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일단 워크아웃으로는 가지 않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번 주말에 수은과 만나 구체적인 방안 및 일정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은 관계자는 “정부와 산은이 협의해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일단 한 발 뺐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는 채무 재조정 후 신규 자금 지원이 꼽힌다. 대우조선의 현재 채무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추가로 대출을 받더라도 자본잠식 상태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채권은행들은 추가 지원에 앞서 기존 여신의 출자전환부터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사채권자들에게도 채무 재조정 요구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과 채권단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우선 회사채의 출자전환과 만기 연장 등에 성공하면 채권은행이 추가 지원에 나서는 식이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사채권자들과의 채무 재조정 없이 신규 자금을 지원할 경우 모두 회사채 상환에 소요될 것”이라며 “그런 식의 지원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려고 ‘요주의’ 유지 압박했나?”…쓴 입맛 다시는 민간은행

    국책은행 만큼 채권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여전히 2조6000억원 가량의 대우조선 관련 여신을 보유한 민간은행들도 충격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민간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러려고 대우조선 여신을 ‘고정’ 이하로 내리지 못하도록 금융당국이 압박했나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쓰디쓴 입맛을 다셨다. 그는 “민간은행이 대우조선 여신을 ‘고정’ 이하로 돌리려 해도 금융당국이 ‘요주의’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압박했다”고 말했다.

    은행이 보유 채권을 ‘고정’ 이하로 평가할 경우 대손충당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해당 기업에 더 이상 추가 대출을 해줄 수 없다.

    현재 금융당국은 민간은행들에게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피해가 더 크다”고 강조하면서 추가 지원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 관련 여신이 ‘고정’ 이하로 내려갈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요주의’ 여신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최소 7%지만, ‘고정’ 여신은 최소 20% 이상이다. ‘추정손실’까지 가면 100%를 쌓아야 한다.

    이런 점도 감안해서 민간은행들은 일단 추가 지원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회의적인 의견도 꽤 많다. 민간은행 관계자는 “자칫 대우조선을 살리지도 못한 채 끝없이 돈만 들어갈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대우조선은 최근 지난해 영업손실 1조6089억원, 당기순손실 2조710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4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사실상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더 큰 상태”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는 “금융당국은 지난해에도 대우조선에 추가 지원이 필요 없다고 밝혔었다”며 “이번에 4조~5조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대우조선이 5년간 버틴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겠냐”고 의문을 표했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이 올해부터 안정적인 영업이익 시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110억~120억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를 할 수 있을 거라던 정부의 기대와 달리 실제 수주액은 15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 때문에 대우조선의 심각한 수주 부진이 개선될 전망이 별로 없다”며 “추가 지원을 거론하기 전에 우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우조선의 규모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고위관계자 역시 “실업과 지역경제 파급 영향을 걱정하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미 구조조정 없이는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현재 대우조선에 직접 고용된 인력은 1만3000여명이며, 협력업체까지 더할 경우 4만명이 넘는다. 조업계에 따르면 경남권 지역경제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한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