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샘표 된장학교, "우리 장 문화, 배워봅시다"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장·발효 소개 및 된장담그기, 메주만들기 등 수업
11년째 500회 넘게 진행…회사제품 홍보 일체 안해
  • 11일 오전 서울 필동에 위치한 샘표 본사 10층의 한 강의실.

    '샘표 된장학교'가 열리는 오전 10시가 다가오면서 60평 남짓의 강의실은 50여 명의 수강생들로 꽉 찼다. 수강생 3명 중 2명 꼴로 40~50대 여성이었지만, 식품학을 전공한다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수업 시작 전 "우리도 집에서 메주 만들어보자"고 얘기를 나누는 30대 부부도 눈에 띄었다. 강의실 한 켠에 걸린 급훈 '세 살 때 먹은 된장, 여든까지 간다'이 눈길을 끌었다.

    1교시는 '우리 장(醬), 우리발효 잘 알기' 수업. 

    김정수 샘표 된장학교 교장이 직접 수업을 맡았다. 그는 지난 1981년 입사 후 충북 영동공장장 등을 역임하며 36년째 샘표에 몸담고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장 전문가이자, 된장학교 강의 경력 11년의 베테랑 강사다.

    김정수 된장학교 교장이 우리 장 문화에 대해 수업하고 있다. 사진=오현승 기자

    김 교장은 "한식의 기본은 장"이라며 "채소를 나물형태로 먹거나 불고기를 간장에 재우는 게 대표적 예"라고 말했다. 이어 "된장이 함유한 기능성 물질 중 사포닌은 항산화효과, 펩타이드는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피티산은 항돌연변이 효과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된장이 몸에 나쁘다는 의견에 대해선 적극 반박했다. 김 교장은 "된장 자체만 보면 13~14%가량의 염분을 함유하고 있어 나트륨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국 형태 등으로 먹을 때 혈압에 부작용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1시간이 조금 넘는 1교시 수업이 끝난 후, '된장담그기·메주만들기'란 주제로 2교시 수업이 진행됐다.

    수업을 맡은 이홍란 샘표 지미원 요리연구가는 강의실 앞에 준비된 삶은 콩, 돌절구, 항아리 등을 갖고 메주만들기 시연에 나섰다.

    그는 수업 도중 수강생들에게 갓 찐 콩 스무알 가량을 수강생들에게 나눠주거나, 한 남자 수강생에게 절구를 이용해 콩을 찧게 하면서 수강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 연구가는 메주만들기의 기본인 콩 삶는 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콩을 삶을 때 과거 가마솥을 사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가정에선 가스압력밥솥을 활용하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연구가는 된장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면 오전 8시30분부터 3시간 가량 이 같은 방법으로 콩을 삶는다. 

    그는 이어 계란을 활용해 소금물 농도 맞추는 방법, 적절한 항아리 사이즈 등의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일부 수강생들은 웃음섞인 긴 한숨을 내쉬며 "메주를 만드는 방법이 너무 어려워보인다. 우리 꼭 성공하자"는 농담을 지인들과 나누기도 했다. 수업이 끝나기 직전엔 작게 깍뚝 썬 두부와 채 썬 쪽파를 넣은 된장국이 작은 국그릇에 담겨 모든 수강생에게 제공됐다.
    다양한 종류의 된장과 메주가 진열돼 있다.

    샘표가 된장학교를 시작한 건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창립 60주년을 맞은 지난 2006년 6월 전통 발효문화를 바로 알리자는 취지로 1일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였다. 그간 이 프로그램을 들은 수강생만도 무려 1만 2000여명에 이른다. 이날 된장학교는 벌써 506회째다. 샘표는 '찾아가는 된장학교'도 진행한다.

    된장학교는 수업 중 일절 샘표 제품을 홍보하지 않는다는 게 철칙. 샘표 제품명이 언급된 건 된장국 시식 도중 한 50대 여성이 "된장으로만 맛을 냈나"는 질문에 "'연두(에센스)'만 조금 넣었다"고 답변한 게 전부다. 

    회사 측은 "제품 홍보보다 우리 장 문화 자체를 널리 알리려는  게 된장학교의 목적"이라면서 "패스트푸드 등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식습관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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